나는 이 책의 제 2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봄으로써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나의 가장 대담하고 획기적인 견해도 건축의 세계를 개혁했다고 말하는 것에는 자신할 수 없었다. 10년 전에 썼던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연구한 결과 나의 신념을 아직까지도 강하게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가졌던 것만큼의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적지 않은 기간을 통해 내가 깨달은 교훈은 그것들을 쉽게 받아들이지도 쉽게 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책이 왜 꼭 필요한지를 생각할 수 있는 희망적인 면도 있다. 일단 예언가의 예언이 이루어지거나 개혁가의 개혁이 성취되면 그들은 실직할지도 모른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 책 때문에 내가 겪게 될(염려가 없는) 위험 그래서 10년 전 내가 생각했던 이론에 가장 적절한 최선의 모방을 함에 있어서 나는 지금도 그 당시에 내가 말한 것을 굳게 믿고 있다고 단언한다. 나는 그 당시에 그렇게 믿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없다.

우주와 인간에 대해 현재에 이해하는 정도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1864~1909)와 아인슈타인(Einstein) 그리고 많은 양자 이론의 발명가들에 의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이들의 원리는 일반적으로 뉴턴과 유클리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이론들이 속속 발표되어서 원자와 관련된 문제와 같은 오래도록 풀리지 않았던 많은 문제들이 갑자기 해결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거의 언어 중에서 새로운 이론에 붙일만한 적당한 용어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주장은 그 주장에 따른 언어의 수정을 요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수학적 언어는 새롭게 발표되면서 인정되고 있는 구조적 상관적인 이론들을 명명하기 위해서 창안된 새로운 표현을 포함시키고 또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매우 높은 수준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물리학 화학 유전학 천문학 생화학 세균학 등 사실상 수학이 이용되는 모든 과학연구의 분야에서도 급진적인 변혁을 거쳤다.

머리말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모르는 것이 되었고 사실이 허구가 되었을 뿐만아니라 신비적이었던 많은 것이 실제로 구체화되었다. 불가능한 것이 가능하게 되었고 하룻밤 사이에 이론에 불과했던 것이 생생한 사실로 변했다.이 같은 과학의 획기적인 모든 혁명을 이룰 수 있었던 한 가지 공통되는 특징은 ‘관찰자’를 모든 연구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킨 것이었다. 예를 들어서 어떤 한 부분을 측정하는 행위는 자기가 개발한 측량도구의 사용법과 언제 어떻게 측량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측량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크기의 수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측량된 크기는 그 측량자(관찰자)의 방법 선택 목적을 측정의 필수적 요건으로 포함시킬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측정 뿐 아니라 계산도 역시 계산하는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신념과 독특한 방법을 가지고 계산한다. 그 사람의 신념과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나온 계산 역시 무의미하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론 실험 계산 결론 등 어떤 다른 학문보다도 정확도를 기하는 과학도 회화 시가(詩歌) 소화(消化) 출산(出産)과 마찬가지로 인간행위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단순해 보이는 과정이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결과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도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미 언급된 연구 분야를 제외하고서라도 의학(심리학적 요소와 연구에서)과 정신의학도 증세(症勢)를 보고서 과거에 했던 것처럼 부분적으로 접근해서 풀려는 방식을 버리고 생물체로써 전체적으로(organism-as-a-whole) 인간을 바라봄으로써 큰 발전과 이득을 보았다. 병도 역시 단순히 순수한 학문(화학 세균학 신경학)적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되는 인간이 이루는 행위의 현상이다.

이제 건축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자 별들과 미생물들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지만 건축의 경우는 다르다. 건축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인간 행위에서 비롯된다.
건축은 건설하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관찰하는 것도 모두 인간이다. 그것은 또한 때때로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인간이 잘못 사용하고 인간이 싫어하는 것이다. 그 어떤 건축도 인간을 연관시키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건축을 창조하기도 하고 건축창조를 위한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인간들의 심리학적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건축을 연구한다고 하는 것은 바하(Bach)의 둔주곡(遁走曲 fague : 악곡 형식의 하나로 한 주제가 나오면 몇 마디 뒤에 다른 성부에서 5도 위 또는 4도 아래에 비슷한 주제가 대립되는 방식에 의해 진행됨)을 들어본 적도 없는 두 사람에게 그것에 대해서 토론하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지껏 오랜 기간동안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신조 방법 그리고 능력을 무시한 채 물리적 양(量)만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건축가와 비평가들 역시 건축과 인간을 따로 떨어뜨려 이야기해왔다. 그들을 스케일 리듬 비례 등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또 인간과 그의 심리(생리적인 성질)와는 관계 없이 좋거나 나쁘거나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영하의 추운 날씨가 자동차 윤활유에 악영향을 미치듯이 철조망이 가축들을 구속하듯이 눈가리개가 눈을 가리듯이 이러한 태도는 건축의 진보와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했다. 민코프스키와 아인슈타인이 물리학과 수학의 모든 가정과 이론에 인간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윤활유는 미끄럽게 되었고 울타리에는 열려진 문이 생겼고 그리고 눈가리개는 풀어졌다. 이것이 다소 어려운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여태까지 우리가 만들어낸 과학적인 정신의 커다란 발전을 의미한다. 똑같은 법칙을 건축의 문제에 확장시키는 것은 건축가 뿐 아니라 건축과 접촉하고 있는 모든 인류에게 돋우고 격려한다면 건축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본서는 건축에 포함된 심리 생리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접근했다. 주제가 매우 많아 자료를 준비하는데 약 8년을 소비했지만 이것도 아직은 서문 그리고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만일 앞으로 다룰 몇 가지의 가정 공식 원칙들을 여러분이 이해하고 받아들여 훗날 작업하는데 기초가 된다면 나의 노력은 가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에서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처음의 몇 장을 훑어보면 간단하고 명백해 보일 것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처음의 몇 페이지에서는 뒤에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끌어갈 수 있는 몇 가지의 근본적인 논점을 설정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점에 대한 논의에서 도달된 결론이 지닌 영향력은 가히 혁명적인 성격이라는 것을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나는 실제로 본서의 연구에서 일반어의학(一般語義學 : General Semantics)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는데 이 어의학은 건축의 더 빠른 이해와 많은 학문의 원리와 이론 언어적 측면을 분석하는데 매우 잘 들어 맞는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자 하는데 있어서 나는 또 다른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사용머리말하고자 하는 완전한 어의적(語義的)인 과정을 책 내용에 모두 포함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을 모두 포함시키는 것은 신경-언어학적 그리고 신경-어의적 반응과 분자 분모 정의와 같은 공식화 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데 그 모든 것이 잘 합치되고 조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건축적인 소재를 능가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단지 건축에 흥미가 있는 독자들에게 어의학에 관한 많은 내용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건축에 관한 몇 가지를 이야기 하겠다는 약속으로 독자들을 현혹한다면 나는 굉장한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다. 독자가 어의학에 관해서 관심 있다는 확실한 믿음도 없고 또 어의학에 관해서 그가 흥미와 관심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는 훨씬 뛰어난 다른 작가로부터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어의학적 과정을 본문에서 대부분 제외시키고 그 과정 때문에 가능해진 건축적 결론만을 저술함으로써 범위를 국한시켰다. 필요에 의해서 내가 채택한 어의학적 참조는 부끄러울 만큼 단순화되었고 이 기회에 이런 나의 부당한 자유에 대해서 다른 진지한 어의학자들에게 겸허한 사과의 뜻을 표한다.

그러나 연구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될 중요 분야가 지나치게 교만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각주를 통해서 일반어의학으로 내가 서문에서 말한 요점이 나타난 곳을 표시하였다. 독자가 그 과정을 다시 연구하고 그 결과에 관심이 있다면 이것이 적당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유익하고 적절하게 사용한 어의학 교재는 알프레드 콜지브스키가 쓴 ｢과학과 건전성(Science and Sanity)｣이다. 다른 어의학에 관한 대부분의 저서들도 이 책을 기초로 연구되었다. 콜지브스키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른 많은 작가들에게 본서의 연구에 사용된 방법을 소개해준데 대해서 감사한다. 또한 원고를 읽고 비평을 아끼지 않은 지금은 고인이 된 친구이자 동료인 T.F.Hamlin교수와 현명한 길잡이와 따뜻한 배려로 이 작업을 시작하고 마칠 수 있게 이끌어 준 Dean Leopold Arnqud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창수외

제1편 건축이란 무엇인가?

• 건축 3
• 스타일 14
• 통일성 20
• 스케일 30
• 리듬 48
• 독창성 60
• 비례 68
• 연속성 76
• 구성 89
• 기능주의 99
• 성격과 정직성 106


제2편 건축 계획 입문

• 건축 계획 입문 117

1. 총체적인 문제 117
2. 네 가지 고려사항 118
3. 구성체계 119
4. 정보표 121
5. 정보의 조직화 122
6. 자료의 방해물 123
7. 본질의 요약 124
8. 정보의 배경 125
9. 의사소통 126
10. 목표의 정립 127
11. 사실의 수집과 분석 129
12. 개념의 노출과 검증 130
13. 요약 140

• 프로그래밍 순서 142

1. 목적의 설정 143
2. 사실들의 수집 및 분석 145
3. 개념의 이해 및 시험 148
4. 요구 사항의 결정 152
5. 문제점의 서술 154

• 복잡성·상황·단순화 156

1. 프로그래밍의 4가지 단계 157
2. 가변조건 164
3. 설계 문제를 단순화하는 방법 170

• 유용한 기법 174

1. 면담과 작업회의 174

167